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 있는 A.A. 무라카미의 설치 작품 ‘뉴 스프링’. 아이들이 금속 나무가 피워낸 안개 거품을 잡으려 손을 뻗고 있다. 나뭇가지 끝에서 태어난 거품은 벚꽃처럼 흩날리다 손끝에서 덧없이 사라진다. /뉴시스
높이 6.4m의 흰 금속 나무가 꽃을 피운다. 스물네 갈래 가지 끝에서 안개를 품은 비눗방울이 흘러내리자 아이들이 두 팔을 벌리고 뛰어다닌다. 손바닥에 내려앉은 거품은 붙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톡’ 터진다. 하나를 놓친 아이는 금세 다음 꽃송이를 향해 달려간다. A.A.무라카미의 대표작 ‘뉴 스프링(New Spring)’ 앞에서는 아쉬움도 놀이가 된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A.A.무라카미의 한국 첫 개인전 ‘뉴 네이처(New Nature)’가 열리고 있다. 주제는 ‘자연 이후의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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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와 물리·화학으로 빚은 자연 현상에 바람과 습도, 관객의 움직임이 끼어들어 같은 장면은 두 번 나오지 않는다. 어두운 방의 ‘비욘드 더 호라이즌(Beyond the Horizon)’에서는 거품 구름이 달빛 같은 조명 속을 떠돈다. 관객이 밀어낸 공기에도 진로가 바뀌어 달항아리였다가 혜성이 되고, 이내 허공에 풀린다.
2층 신작 ‘머드 페인팅: 수천 겹의 위장 시리즈’는 작가가 된장국을 먹다 바지락 껍데기의 무늬를 들여다본 것이 시작이었다. 조개는 껍데기 가장자리에 광물을 한 겹씩 덧붙이며 자라고, 그 층이 쌓여 무늬가 된다. 이 성장 원리를 코드로 만들어 로봇에 입력한다. 로봇이 갯벌 같은 바닥을 오가며 선을 하나 긋고, 그 위에 또 선을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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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겹 포개진 선이 조개 껍데기를 닮은 무늬로 자라난다. 찰나 대신 생명이 쌓은 시간을 그리는 작업으로, 전시장 곁 영종도 갯벌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인 건축가 무라카미 아즈사(왼쪽)와 영국인 예술가 알렉산더 그로브스 부부로 이뤄진 A.A. 무라카미. /파라다이스시티
A.A.무라카미는 일본인 건축가 무라카미 아즈사와 영국인 예술가 알렉산더 그로브스 부부 듀오다. 이들은 안개·거품·빛처럼 곧 사라지는 물질에 기술을 접목한 ‘에페머럴 테크(덧없는 기술)’를 내세운다. 프로젝션이나 LED 화면으로 자연의 환영을 비추는 흔한 미디어아트와 달리, 실제 안개와 거품이 움직이는 ‘살아 있는 세계’를 작동시킨다. 바탕에는 벚꽃이 빨리 지기에 더 아끼는 마음, 곧 일본의 ‘모노노아와레(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틋함)’가 있다. 기술은 꽃을 다시 피우고 구름을 거듭 띄우지만, 한 번 흘러간 순간만은 끝내 불러오지 못한다. 내년 2월 10일까지.
작가가 된장국을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