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가게 문 닫습니다" 한국 사장님의 눈물
02:54 "외국인은 없어선 안 될 존재" 그런데 왜?
04:42 "저출산 흐름에 외국인이 간신히 브레이크를"
06:29 '인공지능 로봇'이 해답?
1. "가게 문 닫습니다" 한국 사장님의 눈물
도쿄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외국인 정책, 나아가서 인구 감소에 일본이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여기 사는 외국인들은 저처럼 해외 주재원도 있고요, 일본 기업에 취업했거나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 교수, 유학생, 그리고 그의 가족 등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생을 겪어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은 외국인에 개방적인 편이었고, 외국인 입장에서도 일본은 여러모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얼마 전 도쿄에서 한 식당에 갔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맛집이어서 특파원들도 회식을 종종 하던 가게였는데 문을 닫기로 했다는 겁니다.
[최석진 / 식당 사장 : 그냥 뭐 눈물이 나죠. 그래도 이제 너무 감사하게 저희 단골분들이 계속 이제 저 가게 문닫는다고 매일 매일 이렇게 와주시니까 그게 감사할 뿐이죠.]
이유를 물어보니 비자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외국인 사업자에게 내주는 '경영 관리 비자' 요건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자본금 요건을 기존 5백만 엔에서 3천만 엔으로, 한꺼번에 6배나 올렸습니다. 우리 돈으로 3억 원 가까운 돈을 영세 자영업자가 갑자기 마련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2024년 기준 일본에서 설립된 법인 14만 3천여 곳 중 자본금이 3천만 엔 이상인 곳은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근데 여기 조건이 또 붙습니다. 일본인 또는 영주권자를 반드시 상근 직원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석진 / 식당 사장 : 3억 있으면 여기 안 와도 돼요. 저희는 한국 가서 그냥 살면 돼요. 또 제일 문제가 저희 가게에 아르바이트가 다 베트남 사람들이에요. 젊은 (일본인)들이 이런 일을 안 하려고 그래요. 이렇게 해서 장사를 시작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 얘기는 더 이상 허가를 안 내주겠다는 얘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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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는 무슨 얘기냐면 집에 가라는 얘기거든.]
최 사장 같은 경영 비자만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일본 체류 자격 갱신료도 우리 돈으로 5만 원 정도였던 게 최대 60만 원 이상으로 12배 이상 뛰었습니다. 4인 가족이면 2~3년마다 240만 원 넘게 든다는 얘기입니다. 또 어렵게 영주권을 받았더라도 안심할 수 없게 됐습니다. 세금이나 사회 보험료 연체도 영주권을 박탈할 수 있는 이유로 추가됐습니다. 외국인에 배타적인 움직임은 대학 입시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특별전형을 없애거나 등록금 감면 혜택을 축소하고 있고요.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을 일본인보다 두 배 이상 높이겠다는 국립대도 등장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문호를 좁히고 있는 겁니다.
2. "외국인은 없어선 안 될 존재" 그런데 왜?
하지만 실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을 가보면 여전히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외국인은 없어선 안 될 존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방을 담당하는 자위대도 매년 정원 미달을 반복하는 일본에서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우선 정치적으로는 다카이치 내각의 출범, 이 과정에서 외국인에 배타적인 여론이 고조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1년 전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했을 때 이른바 '외국인 총량 규제' 정책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주요 정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다카이치는 강성인 오노다 키미 의원을 담당 장관으로 내세워 외국인 정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습니다. 선거법 위반 의혹 등으로 교체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던 오노다 장관은 지난 9월 개각에서도 유임됐습니다. 기존의 외국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걸로 보입니다. 또 지난해 선거에서 우익 성향의 참정당이 '일본인 퍼스트'라는 자극적인 구호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것도 영향을 준 걸로 보입니다. 참정당은 국회에서 '외국인 총량 규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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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한인 사회에서는 이런 외국인 정책이 사실상 중국인들을 염두에 둔 정책이었는데, 엉뚱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민자들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정당을 창당한 것도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외국인 정책에 반대하려고 만들어진 정당은 아니지만, 그 자체가 현재 일본 분위기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고, 또 향후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그릇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재욱/신세당 공동대표 : 젊은 사람들이 일본에 들어오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미래에도 좋지 않습니다.]
3. "저출산 흐름에 외국인이 간신히 브레이크를"
외국인 정책이 강화되는 건 일본 우경화로만 설명할 순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이 인구 감소에 대처하는 방식으로서 이해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선 일손이 필요해서 외국인을 받았지만, 생산 가능 연령을 넘기면 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각종 복지 비용이 들어가면서 결국은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 일본의 외국인 정책은 일부 고학력 전문 인재를 제외하고는 생산 가능한 시기에만 있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는 취지라고 해석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선 억울하죠. 일본에서 성실하게 세금 내고 경제에 기여한 건 왜 평가하지 않느냐는 거죠. 또 여기서 아이 낳아 키우고 오랫동안 살다가, 갑자기 기반도 없는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현재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한국보다 조금 높다고는 하지만, 그마저도 외국인 때문에 유지되는 거란 주장도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일본에 사는 15세 미만 외국인 아동이 5년 만에 34% 늘었다는 통계도 최근 나왔습니다, 닛케이는 "저출산 흐름에 외국인이 간신히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구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외국인마저 떠난다면 출생률 하락은 더 급격해질 것이고, 이는 일본 경제, 정부 재정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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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일본을 떠난 외국인 경영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4배나 급증했는데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경영 비자 문제도 있지만 거꾸로 외국인들도 。차 등을 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일본의 고물가, 엔저, 외국인에 배타적인 정서 때문에 일본의 매력도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4. '인공지능 로봇'이 해답?
이런 상황에 외국인 문턱만 높이면 인구 감소에는 어떻게 대처하려는 걸까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10월 5일 국회에서 한 소신 표명 연설, 우리로 치면 시정 연설에서 대략의 방침을 언급했는데요. 다카이치는 인구 감소를, '조용히 진행되는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연말까지 '인구 종합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외국인 수용의 기본적인 방식'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언급한 게 AX, 그러니까 '인공지능으로의 전환'입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인력 부족은 인구 감소 사회의 최대 과제입니다. 의료·간호, 물류·대중교통 등 필수 서비스를 유지하고 국내 투자 확대에도 대응하기 위해, AX의 사회 구현을 과감하게 추진하겠습니다.]
2040년도까지 AI 관련 분야에 민관 통틀어 10조 5천억 엔, 우리 돈 88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같은 시기 일본 국내에 AI 로봇 1천만 대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AI 로봇으로 부족한 일손을 채워가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본에선 지난 8월, 민간 기업들이 제휴해 공동으로 국산 피지컬 AI를 개발하는 대형 시설을 지바현에 열고, 간호나 물류 작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인간의 동작을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이르면 연내 현장에 투입할 방침입니다. 민간에서도 편의。 직원이나 병원 간병인 등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적도 없고, 비자도 필요 없는 AI 로봇이 일손이 부족한 일본에 일정 정도 도움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의 일을 전부 대신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인구 감소로 줄어드는 소비자와 지역사회의 주민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인구 감소를 늦추는 동시에, 외국인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부족한 일손을 기술로 어디까지 보완할 것인가. 또 그들과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일본이 먼저 마주한 이 고민은 인구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에게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목소리를 대변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