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56년 전 세상을 떠난 ‘국부(國父)’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다시 정치 무대로 소환되고 있다. 드골을 다룬 전기영화가 흥행하자 좌우 할 것 없이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드골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쟁탈전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앵포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개봉한 2부작 전기영화 ‘드골의 싸움(La Bataille de Gaulle)’은 최근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드골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를 이끌고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프랑스의 주권을 지키려 했던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개봉 초반 부진을 딛고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대선을 8개월여 앞두고 드골 열풍이 불자 대선 주자들도 앞다퉈 인기에 올라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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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좌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영화 관람을 권하며 드골의 불굴의 의지를 치켜세웠고,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중도좌파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도 “달려가서 보라”고 극찬했다. 우파 정치인들까지 가세하자 AFP는 대선 경쟁자들이 영화 한 편을 놓고 이례적인 ‘휴전’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다만 각 진영이 가져다 쓰는 드골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멜랑숑 대표는 드골의 국가 주도적 경제정책과 나치에 맞선 저항정신을, 글뤽스만 의원은 자유와 공화국의 가치를 강조한다. 반면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강한 국가와 주권, 국민투표를 중시한 드골의 정치 방식을 RN이 내세우는 반(反)이민·국가우선주의와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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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물에서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 ‘우리 편 드골’을 만드는 셈이다. 좌우가 모두 드골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것은 자주외교와 강한 국가, 국가 주도 경제와 국민 통합을 아우른 드골주의가 전통적인 좌우 구도로는 쉽게 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건 과거 드골과 충돌했던 정치세력까지 그의 후계자를 자처한다는 。이다. 멜랑숑 대표는 드골이 만든 현 체제인 제5공화국을 끝내고 제6공화국을 세우자고 주장해왔고, 젊은 시절에는 드골주의를 ‘독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경우파도 마찬가지다. RN의 전신 국민전선(FN)을 세운 장마리 르펜은 마린 르펜 의원의 부친으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독립을 인정한 드골과 정면으로 맞섰던 인물이다. 당시 강경우파 세력은 드골을 ‘배신자’로 여겼고 극우 무장조직이 암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랬던 강경 좌우 정치세력이 이제 나란히 드골의 유산을 차지하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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