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DB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서학개미의 장바구니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개별 성장주와 지수 추종 상품에 쏠렸던 매수세가 미국 초단기 국채 및 우량 배당주 ETF로 이동하며 순매수 상위권을 바꾼 것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1~30일)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은 ‘아이셰어즈 0-3개월 미 국채 ETF’(SGOV)로 2억9046만달러(약 3958억원)였다.
SGOV 순매수액은 8월 1억6810만달러에서 약 72.8% 늘었고 순위도 9위에서 1위로 뛰었다.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는 2억3097만달러(약 3148억원)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1억9540만달러에서 18.2% 증가하며 순위 역시 6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두 상품에만 이달 약 7100억원이 몰린 셈이다.
지난달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8월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은 스페이스X, 알파벳, 뱅가드 S&P500 ETF,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 아마존으로 성장주와 지수형 상품이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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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ETF 시장에서는 고금리 부담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도 금리형 상품과 커버드콜 ETF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초단기채 선호가 커진 배경에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6%를 넘어서며 200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금리도 장중 5.34%까지 뛰었다. 앞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3.75~4.00%로 올렸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은 AI 투자 붐에 따른 성장률 전망 상향,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미국 정부 부채 및 재정 적자 확대 등이 모두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서희
SGOV는 만기가 3개월 이하인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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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가 짧아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움직임이 장기채보다 작고 매달 분배금을 지급한다. 투자처를 정하기 전 자금을 잠시 넣어두는 ‘파킹형 ETF’로 활용되는 이유다.
함께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SCHD는 꾸준히 배당을 지급한 미국 기업 가운데 재무건전성이 높은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US 디비던드100 지수’를 추종한다. 분기마다 분배금을 지급하는 대표 배당 ETF로, 최근처럼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서학개미가 위험자산에서 완전히 발을 뺀 것은 아니다. 이달 순매수 3위는 알파벳(1억9473만달러), 4위는 뱅가드 S&P500 ETF(1억8190만달러)였다. 5위에는 반도체지수의 하루 하락률을 3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가 1억3883만달러(약 1894억원)로 이름을 올렸다.
변동성이 낮은 초단기채와 배당 ETF를 담는 동시에 레버리지·인버스 등 고위험 상품도 사는 ‘바벨 투자’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도 적극적인 방향성 베팅을 이어가려는 투자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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