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열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지도 어느덧 30년이 되어가지만 당시 들었던 폐암 강의는 아직도 생생하다. 폐암은 초기에 발견해 수술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무거운 내용이었다. 그때만 해도 진행성 폐암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많지 않았고 의료진 역시 치료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다. 의대생이던 필자에게 폐암은 ‘치료하기 어려운 암’으로 각인됐다.
하지만 오늘날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폐암은 그때와 크게 달라졌다. 여전히 사망률은 높지만 면역관문억제제와 항암방사선치료의 발전으로 과거 기대하기 어려웠던 장기 생존이 현실화되고 있다.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공략하는 표적항암제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방사선치료도 종양의 움직임을 추적해 정밀하게 타격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다고 여겨졌던 방식이 오늘날 표준치료로 자리 잡기까지는 수많은 연구와 도전이 있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치료 초기에 좋은 반응을 보였던 암 환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약제에 내성이 생겨 다시 진행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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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더 이상 선택할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암은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숙제다. 암 치료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희망이 생기지만 동시에 또 다른 과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난치성 암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유전자 맞춤 암 치료센터가 대표적이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는 치료는 뛰어난 효과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암세포가 내성을 획득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마다 유전자 변이와 병력이 다른 만큼 내성이 생겼을 때 새로운 치료제를 신속하게 적용하려면 환자별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자 맞춤 암 치료센터는 이를 토대로 개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고 적절한 임상시험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구현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도 급부상했다.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해 암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는 동시에 치료까지 시행하는 방식이다. 진단과 치료를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해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암이나 미세 전이 병변까지 더욱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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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아산병원은 2023년 국내 최초로 테라노스틱스센터를 열고 이러한 정밀치료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착공한 중입자치료센터 역시 기존 방식으로 다루기 어려웠던 난치성 암 치료의 가능성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혈액암 분야에서도 변화가 활발하다. 기존 치료 후 재발했거나 반응하지 않는 림프종과 백혈병 환자에게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가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만 정확히 찾아 공격하도록 만드는 개인 맞춤형 유전자치료제다. 세포 채취, 치료제 제조 및 투여는 물론 치료 후 이상 반응 관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진료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난치성 암을 극복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하나의 방법으로 모든 암을 정복할 수도 없다.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더 정밀한 진단 기술을 연구하며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찾으려는 노력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료실과 연구실에서는 더 나은 치료를 향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암 정복을 향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더 나은 치료를 향한 도전은 오늘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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